“벗으시오!”
옛날, 어느 고을에 황금치마 휘날리며 기고만장에 오만방자한
부잣집 마님께서 갑자기 환우가 들자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용하다는 의원들을 다 불러 들렸지만 한결같이“백약이 무효!”라.
“아이고, 이제 죽을 일만 남았구나!”
낙심천만에 이르러 신세한탄을 하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이르되
"큰 절의 큰 스님께 불공을 드리면 혹시....” 하니
그 날 즉시 촌각을 다투어 큰 절의 큰 스님께 찾아가
큰 절을 하니 눈을 지긋이 감고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큰 스님 왈, 큰 소리로 '벗으시오~!' 하는 게 아닌가!
느닷없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당황했지만
생사여탈권을 거머쥐신 큰스님의 뜻을 거역 못하고
저고리를 벗자마자 또 큰소리로 '벗으시오~!'
그리하여 벗으면 또 벗으라고 하여 벗고 벗고 또 벗으니
저고리는 벗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치마를 벗고 적삼을 벗고
고쟁이에 속 고쟁이까지 마침내 팬티 한 장만 달랑 남았는데
또 “벗으시오!”하는 게 아닌가!
천지개벽 후 딱 한 사람에게만 개봉한 거시기까지 다 개봉하라고
아무리 죽을병에 걸렸다한들‘세상에 이럴 수는 없느니!’
“야, 땡중아! 다 벗겨 뭣하게?! 엉!”
드디어 분을 못 참고 본색을 드러낸 마님의 큰소리에
깜짝 놀란 큰스님께서 눈을 번쩍 떠시더니
"어허, 마님께서는 부처님 얼굴에 똥칠을 하셨구려!
오만의 껍질을 벗겨내지 아니하고는 병은 절대 못 낫는 법이거늘
벗으라면 몸뚱이 옷밖에 모르다니! 쯔쯔쯧~ 나무관세음보살~”
아하!
진리를 깨닫고 스스로 욕망에 구속되지 않는 게
‘해탈(解脫)의 경지’라 했던가.
정견(正見) 바른 견해, 정사(正思) 바른 판단, 정어(正語) 바른 말,
정업(正業) 바른 행위, 정명(正命) 바른 생활, 정정진(正精進)바른 노력
정념(正念) 바른 생각, 정정(正定) 바른 명상 이라는 여덟 개의 정(正)!
장자도 일찍이
인생을 바르게(正) 살아가려면
한(一) 발짝 앞서 멈춰라(止) 했거늘!
아흔아홉 칸 집은 있어도 백 칸 집은 없고
9층탑은 있어도 10층탑은 없느니 곧, 일단 스톱!
일지(一止)는 정(正)이니라”는 혜안(慧眼)의 말씀.
물은 오직 아래로만 흘러도 바다를 이루고
산은 스스로 높다하지 않아도 봉우리가 생기듯
벗고 벗고 또 벗어 제치고 훨훨!!
새털처럼 가볍게 훨훨!
오늘도 웃으면서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