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신들의 내력
아주 먼 옛날 제주도에 아들 일곱을 둔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멀리 장사를 나갔다가 그만 얼굴은 곱상하지만 마음씨가 간악하기로 소문난 여인의 꼬임에 빠져 돈도 다 잃고 오도 가도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끼니를 얻어먹기 위해 첩과 새 살림을 꾸리게 되었다.
갖은 고생 끝에 본처가 찾아오자 마음씨 고약한 첩은 한더위에 찾아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등 갖은 아양을 떨며 연못으로 데리고 갔다.
등을 밀어주는 척하다가 본처를 물속으로 와락 밀어 넣어 죽여 버렸다.
남편을 꾀어 아예 본가로 들어온 첩은 본처의 일곱 아들마저 죽이려고 하였다.
그만 음모가 발각되자 측간으로 도망간 첩은 긴 머리카락으로 목을 매어 죽어 측신이 되었다.
아버지는 밖으로 도망치려다 대문에 걸쳐놓은 정랑(제주도에서 가축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문 대용으로 걸쳐 놓은 장대, 이를 정주목이라 함)에 목이 걸려 죽어 문신이 되었다.
첩을 죽여 어머니의 원수를 갚은 자식들은 일년 열두 달 찬물 속에서만 살았으니 부엌에서 하루 세 번 따뜻한 불을 쬐며 앉아 얻어먹기만 하라고 빌어, 어머니는 조왕신이 되었다.
그리고 아들들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장군신이 되었다.
이는 제주도에서 전해오는 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