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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장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해, 1988년에 방송된 <인간시장> 또한 파격이다. 온갖 사회악에 맞서고 현란한 무술로 악의 인물들을 때려눕히는 홍길동 같은 대학생 ‘장총찬’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허구한 날 사랑타령 아니면 행복한 우리집을 부르짖던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과감하게 깼다. 숫제 드라마 타이틀은 전경과 학생들의 치열한 전투 장면으로 장식했고 국립극단 무용수 출신의 신인 탤런트 박상원은 철거촌 깡패들과 또 인신매매범들과 맞서 그들을 때려눕히며 새로운 별로 등극한다. 이즈음 술을 마시고 만용을 부리거나 시위 도중 가끔 오버를 부리는 녀석들은 종종 이런 호통을 들었다. “네가 장총찬인 줄 알아 인마?”

장총찬만큼 현란하게 싸우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학생들이 철거깡패와 맞서고 전직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경찰의 방패벽으로 달려들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김종학은 그즈음 이런 포부를 밝혀 앞으로의 진로를 예감하게 했다. “티브이 드라마도 동시대 정치·사회 현실을 그려야 한다. 앞으로 70~80년대 학생운동권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