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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녀의 첫남편



복상사(腹上死)

보리 안패는 삼월 없고 나락 안패는 유월 없다요. 안 가르쳐 줘도 나이 들면 스스로 깨치는 것이 남녀 간의 그 짓거린디.
글고, 장은 묵을수록 비싸고 처녀는 묵을수록 값이 떨어지는 법이지라. 
아무리 그래도 남자든 여자든 나이 들면 딱지는 떼야 허지 않겄소. 


그 색시의 깊은 속내 까징은 몰러도 이해는 쪼께 가지라, 이해는 가.


나가 봉께, 시집 장개라는 것이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제일 못난 무지랭이 만나는 것이 태반입디다. 이 여자도 그래 부렀든 것 같애요. 지 눈에 안경이라면야 뭔 상관이것소. 속궁합만 맞으면 되는 것이 남녀 간의 정이고 좀 모자라도 살면서 살 송곳, 골풀무 길들이고 맛 들여 정붙이면 다 살게 마련이지라.
그놈이 그놈이제. 뭐 별놈이 따로 있겄소.
어허, 문제였소. 새침데기는 베고 자고 허우대는 그리다 죽는다 글드만 벨일이 다 생겨 부렀소. 첫날밤, 신랑 놈이 밤일을 치루다가 숨을 헐떡거리드만 뜬 물에 뭣 담가 놓은 듯, 흐물흐물 해져 색시 배위에서 그대로 쭉 뻗어 부렀다요. 원래 색골이야 배위에서 죽는다 혀도 요놈 생긴 꼬라지로는 그런 막중한 대사까지 치룰만한 위인이 못되는디, 참말로 쉽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요.
그리 돈 많고 잘생긴 사내들이 줄줄 따라 댕겨도 눈 한번 안 돌리드만 눈에 무신 콩깍지가 씌웠나 이놈을 골라 뒷간 개구리한테 뭣 물린 꼴이 돼 부렀소.
가만, 가만, 그놈이 왜 뒈져부렀을까. 한번 생각해 봅시다. 혹시 호박이 넝쿨 째 굴러 들어옹께 인자 됐다 하는 안도감에 심신이 다 풀어져 부렀을까. 아니면 없던 기운 쓰다가 귀향 표도 못 챙기고 황천길로 직행 해버린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이쁜 각시 놔두고 눈이라도 제대로 감고 죽었는지 모를 일이요. 모를 일. 요건 전부 나 생각이요. 나가 생각해도 이런디 까지 추리까지 해낸 것이 상당히 대견허요.
아, 글로 남녀가 뭣 허다가, 아니면 허고 난 뒤 갑자기 뒈지면 복상사라 헌다요. 요런 일은 전에도 종종 있었답디다. 하기사 옛날이라고 그 짓 않고 살았겄소.

남녀가 그 짓을 하다가 죽으면 상마풍(上馬風),

일을 다 허고 죽으면 하마풍(下馬風)이라고 헌답디다.

말타다 사고 났나 뭔 상마, 하마가 들어갈까 말도 참 요상허네.

요런 사고는 겨울이나 이른 봄에 많이 발생흔답디다.

계절이 바뀔 때, 인체시계가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 가지고 가끔씩 사고를 친다요.

재수 없는 놈이 걸리제,
아무나 죽는다요. 그래도 조심허씨요 요즘 봄인디.
그나저나 이쁜 각시 얻을라고 한성부(漢城府)에 대가리 터진 놈 달려들 듯 서둘드만, 지지리 복도 없는 놈, 노적가리 불 지르고 싸래기도 못 주서 묵을 놈.
참,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식 시시하기가 고자 뭣이요.

봄 뭣이야 세 번허면 뒈진다허드만 첫날밤에 한번도 못허고 뒈져분 꼬라지란. 에이 빙신. 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