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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놋방

소금 장수가 주막에 와 하룻밤 묵어가게 되었다.

소금 장수의 목소리는 우렁차 주막이 쿵쿵 울렸다.

“주모, 탁배기 한되 주시오.”

“저녁식사와 함께 하실라우?”

주모가 두세번 물어도 대답이 없다.

부엌에서 나온 주모가 마루에 걸터앉은 소금 장수 코앞에 가서 큰소리로

“술 먼저 줘요, 밥하고 같이 줘요?” 하자

그제야 알아듣고 “함께 주시오”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금 장수는 목소리는 산천을 울리는데

남의 얘기는 모기 소리만하게 들리는 반 귀머거리다.

술과 밥을 먹고 난 반 귀머거리 소금 장수가 초저녁부터

객방에 누워 목침을 베고 잠이 들었는데,

뒤따라 방물 장수 영감이 들어와 저녁을 먹은 뒤 소금 장수 옆에 누웠다.

얼마 후 기골이 장대한 약초 수집상이 주막집에 들어오자

주모가 버선발로 뛰어나가 그를 맞았다.

여느 손님을 대하는 것하고는 딴판으로 주모는 입가와 눈초리에 색기를 흘렸다.

얼른 씨암탉 한마리를 잡아 솥에 고아 놓고 우물가로 가서 약재상의 목물을 도왔다.

약재상은 닭 한마리를 후딱 먹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과 객방은 한 구들장에 벽 하나를 두고 사잇문으로 연결돼 있었다.

우물가에서 나는 철퍼덕 소리를 듣고 방물 장수 영감이 뚫어진 봉창 구멍에 눈을 박으니

주모가 푸짐한 육덕을 꿈틀대며 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목욕을 끝낸 주모는 홑치마만 걸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이번엔 어찌 이리 오랜만에 들렀소. 남의 애간장을 녹일 작정이오?”

“나도 보고 싶어서 혼났구먼. 일이 바빠서 말이지.”

객방의 방물 장수 영감이 뚫어진 문구멍으로 안방을 들여다봤다.

바로 암고양이 소리에 이어 교성이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는다.”

혼자서 이 광란을 듣기엔 너무 아까워 방물 장수 영감은 코를 골면서 자는

소금 장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하지만 반 귀머거리 소금 장수에게 그 교성이 들릴 리 없었다.

벌떡 일어났던 소금 장수는 안방 사정에 아랑곳없이 다시 쓰러져 잤다.


이튿날 새벽,

안방에서 또 한바탕 일을 치르자 방물 장수 영감은 또 옆에 자는 소금 장수 허리를 찔렀다.

그러자 벌떡 일어난 반 귀머거리 소금 장수가 주먹을 추켜세우며

주막이 떠나갈 듯 소리쳤다.

“이놈, 지난밤에도 쿡쿡 찌르더니 이 새벽에 또 찌르고 G랄이야.”

방물 장수 영감님은 그렇지 않아도 오줌이 마렵던 차에 눈을 부라린

소금 장수가 무서워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때 안방에서 한참 일을 치르던 약초상이 소금 장수의 말에

후다닥 일어나 바지춤을 올리며 사잇문을 박차고 객방으로 들어갔다.

“간밤에 찌르든 새벽에 찌르든 네놈이 무슨 상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