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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병 값

막걸리 한병

목이 몹시도 말랐다.
마침 옆에 보이는 술집이 보이기에 무심코 들어갔다. 
우선 막걸리를 한 병 시켰다. 
그런데 내색 안했는데도 타 도시에서 왔음을 간파 당했다. 
주인아주머니의 바가지 씌우기에 걸려든 것이다. 
시키지도 않은 안주거리가 하나둘 덧 놓여갔다. 
무려 15가지 안주가 한상 가득 벌려졌다. 
난감한 심정, 약이 올라 술병을 마음 놓고 비울수가 없다. 
재수 없으려니, 돈 절약해보려고 광주를 경유하려던 내 술수가 이런데서 덜미를 잡히는구나하는, 낭패감으로 안주거리를 휘젓는 마음은 침통하기까지 했다. 
그런 마음들을 다스려보듯 탁주 사발을 벌컥 들이켰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안주 한쪽을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놀랐다.
‘요것 봐라. 이런 감칠맛이 날수가.'
예상치 못한 음식 맛에 감탄이 절로 났다. 
하나 둘 그렇게 집어 먹다보니 나중에 가선
‘에라 모르겠다. 이왕 바가지 쓰는 것, 우선 맛있게 먹고 나 보자.'
그런 심정으로 접시들을 고루 비웠다. 
이윽고 호기 있게 일어나 아주머니와 독대했다.
“여기 얼맙니까?"
다소간 퉁명스러움으로 내 불편한 심사를 삐쭉 거렸다.
“으메 벌써 간다고라, 얼마긴 얼마, 막걸리 한 병 값이제."
그 많은 안주가 공짜였던 것이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고 인심이 후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아직도 난, 전라도 광주라는 처음으로 접해본 도시의 풍요로운 인정을 잊지 못한다 
그때의 푸짐하고 정갈했던 맛, 분에 넘치는 환대를 기억한다. 
지역감정을 논 할 수 없는,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세월의 앙금 속에도 빛을 잃지 않고 그 인심은 여전히 살아 있으리라 믿는다.